연인&인연
Rene Magritte (Les Amants 1928)
"나의 그림은 아무런 의미도 감추고 있지 않은 가시적인 이미지다.
그것은 신비를 불러일으킨다.
내 그림을 본 사람은 '이게 무엇을 의미하지?'라며 간단한 자문을 한다.
신비라는 것이 아무런 숨겨진 의미 없이 단지 불가해한 것과 마찬가지로
나의 작품 역시 아무 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르네 마그리트는 ‘연인’이라는 제목으로 두 점을 그렸는데, 하나는 흰 스카프로 얼굴을 감싼 채 연인이 사진을 찍듯 다정히 앞을 보고 있는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보는 사람의 눈을 사로잡으며 다양한 의문을 일으키는 연인의 격렬한 입맞춤 장면이다.
비관적인 경향의 사람은 두 점의 ‘연인’ 연작 중 두 번째, 격렬한 키스의 장면에서, 오직 흰 천위로 드러나는 눈, 코, 입의 굴곡선, 지그재그로 드러나는 선을 균열의 상징으로, 언젠가는 반쪽으로 깨지고 마는 사랑의 속성으로 보기도 하지만, 인간의 능력 중에 가장 아름다운 가치이자 힘인 사랑을 숭배하는 나는 그와는 반대로 두 사람이 눈을 감은 상태에서 만나 입으로, 코로, 손으로 조심스럽게 사랑을 더듬어 느끼고, 깨달아가면서 더욱 굳건한 하나가 되어가는 신비로운 출발의 의미로 본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동시에 영원하다. 사랑에 인내가 필수적인 것은 이러한 모순적인 사랑의 속성 때문이다. 인내와 노력으로 사랑은 지속된다. 그 핵심에 신비가 놓여 있다. 신비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서로에 대한 예의와 존중, 서로에 대한 끊임없는 격려와 감탄..
가까이 있지만 별나라만큼이나 먼 것이 또한 일상 속 신비의 내용이기도 하다. 사랑을 영원하게 이끌 것인가, 불안한 격정의 한때로 저버릴 것인가... 황정임
마치 눈이 나리 듯
흩날리는 가을비속에서
마그리트의 '연인'을 생각해 냈습니다.
굳이 연인이 아니더라도
관계와 관계 속에
아름다운 인연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참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끔은 나를 설명해야하는 일이 귀찮고 성가신 일이며
왜 나를 제대로 바라봐주지 않느냐고 투정도 해보지만
이 또한 도저히 좁힐 수 없는 간격임을 인정하려합니다.
그래도 닿을 수만 있다면
굳이 애써서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좋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주는 향기로운 인연이길
감히 바래봅니다...